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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3.11.20) 경향신문, 고삐 없는 대부업체 광고
작성일 2017.12.21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7,362

고삐 없는 대부업체 광고

                (2013.11.20 경향신문)

건설사에 다니는 박모씨(46)는 부모의 병원비와 전세자금 때문에 대부업체와 캐피털에 6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금리가 연 30%여서 한 달 수입 400만원 중 200만원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 10년 전 쉽게 빌려준다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한 캐피털사에서 150만원을 대출한 것이 시작이었다. 큰돈도 아니어서 금세 갚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캐피털 대출은 낙인이 돼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고, 아버지가 암에 걸리면서 빚은 더욱 늘어났다. 소득이 있어 햇살론 등 서민금융은 이용하지 못하고,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권 저금리 대출로 옮기지도 못한다. 대신 TV와 인터넷, 팩스, 전단지에서 ‘쉽고 빠른 대출’이란 해결책이 박씨의 발목을 붙든다.  

한국은 대출을 권하는 사회다. 지난 2분기 국내 가계부채가 980조원에 이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돈을 빌리라는 광고는 도처에 널려있다. 금융정의연대 조사에서는 초등학생의 94.7%가 대부업 광고를 접하고 있고, 42.7%는 하루에 4번 이상 본다고 했다.  

대부업체의 광고는 효과가 매우 크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10명 중 8명은 광고를 보고 대부업체를 찾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에듀머니 조사에서 대부업체 이용자 3명 중 1명은 자신이 빌린 금리를 연 30% 이하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3분기 상위 20개 대부업체 공시자료에서 연 30% 이하 직접대출이 있는 회사는 3개뿐이었다. 대부업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 9~10%에 돈을 끌어와 연 35.4%의 이자를 받았고, 5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금융정의연대, 녹색소비자연대, 금융소비자연맹, 희망살림, 에듀머니, 참여연대, YMCA전국연맹 등 7개 시민단체는 21일 ‘금융피해자 행동의 날’을 맞아 ‘금융소비자 네트워크’를 발족하고, 대부업 광고를 규제하는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11월21일은 한국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날이다. 
조미덥 기자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rtid=201311202316465&code=920301#csidx04b5f2722dff1bab85b14279a668f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