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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0.04.03][CEO스코어데일리]사모펀드 먹잇감 된 푸르덴셜생명, '먹튀' 우려 잇따라
작성일 2020.06.09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6,924

푸르덴셜생명 사옥 전경. <사진=푸르덴셜생명>


푸르덴셜생명 매각전이 가격 경쟁 양상으로 전환된 가운데, 자본력을 무기로 한 사모투자펀드(PEF, 이하 사모펀드)의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가 보험회사를 인수하는 목적 자체가 인수 후 자산을 부풀려 되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일명 ‘단기 먹튀’ 행위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금융·보험업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고용승계 잡음이나 수익성 만을 우선시하는 사모펀드보다는 국내 리딩뱅크인 KB금융이 푸르덴셜을 인수하는 것이 시장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매각 측은 다음주 중 프로그레시브(경매호가 입찰) 방식으로 추가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19일 본입찰을 진행했으나,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미룬 채 가격을 올리겠다는 심산에서다.

당초 미국 푸르덴셜홀딩스는 지분 100% 기준 3조 원 수준의 매각가를 기대했으나 본입찰에서 나온 최고 금액은 KB금융지주가 제시한 2조 원대 초반 금액이다.

이번 입찰에는 전략적투자자(SI)로 KB금융지주와 대만 푸본생명이 참여했으며 재무적투자자(FI)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가 참여했다.

매각 측의 경우 높은 금액에 매각하는 것이 승산이겠지만, 금융권에서는 국내 금융경제와 가입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에 최근 금융소비자연맹은 금융정의연대,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소비자와함께,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와 함께 ‘사모펀드 보험사 인수반대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사모펀드가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금소연은 “보험회사의 자산은 10년 이상 종신까지 초장기 계약자의 자산으로 형성된 초장기 자산”이라며 “사모펀드가 보험회사를 인수하려는 것은 실질적인 경영의 목적이 아니라 인수 후 자산을 부풀려 되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먹튀’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명보험사는 보험계약자의 생애 전 기간 유지되는 계약을 관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기업”이라며 “생명보험사를 단기 차익만을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인수할 경우, 단기 경영성과를 내기 위해 불공정 경쟁을 유발해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회사의 자산은 초장기 자산으로 부동산, 채권 등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자산들이 많아 이를 재평가해 얼마든지 분식회계가 가능하다”며 “기존의 형성된 자산을 부풀릴 수 있는 여지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계약자자산이 주주에게 넘어가는 불공정한 거래는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모펀드는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해 기업의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단기 차익을 얻는 방법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가 통상적이다. 이는 전형적인 바이아웃 방식인데 이를 위한 가치 극대화 과정에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실제 이번 입찰에 참여한 MBK파트너스의 경우 앞서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를 인수해 시장 가치를 과도하게 향상한 뒤, 신한금융지주에 4850만주(지분율 59.15%)를 2조2989억 원(주당 4만7400 원)에 매각한 바 있다. 이미 구주매출과 배당 등으로 출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 5년 만에 2조 원이 넘는 차익을 누린 셈이다. 수익률은 무려 217.3%에 달한다.

이 같은 이유에서 사모펀드가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단기 경영성과에 치중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론적으로 불공정 경쟁 유발, 시장교란, 자산 부실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소연 등 시민단체 등이 우려하는 부분 역시 이와 맥락을 함께 한다. 경영진이 시장 상황과 미래 리스크에 기반한 장기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보다는 단기적인 성과를 앞세울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보험 시장 자체가 오염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생명보험이 사모펀드의 타깃이 되는 이유는 은행과 달리 금산분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우 은행법 제16조2를 통해 비금융주력자의 주식 소유를 4% 이내로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에 반해, 계약자자산의 보호가 더욱 필요한 보험업법의 경우 이러한 제한이 없다. 

 

배홍 금소연 보험국장은 “생명보험사는 단순한 투자대상이 아니다”라며 “보험회사의 자산은 장래 보험계약자의 보험금 지급을 위한 토대이며 일신상 위험에 처한 보험계약자의 삶의 근원인 만큼 단기 차익만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인수는 절대 안 된다”고 규탄했다.

 

이어 “사모펀드의 생명보험사를 통한 단기 차익의 실현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본 자산유동화로 인한 시장 위험 증가와 같이 시장 전체 위험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이익은 개인이 챙기고 위험은 모두가 분담하는 우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 자산 지키기와 고용 승계, 시장 교란 등의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순히 수익만을 목적으로 자본을 조달해주는 재무적투자자가 아닌 실제 경영에 참여하는 전략적투자자의 초반 인수가 장기적 관점에서 바람직하다”며 “실질적으로 사모펀드는 단기간 내 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린 뒤 전략적투자자에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