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주요국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피해 여파로 그간 지지부진했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입법 논의에 탄력이 붙을 지 관심이 쏠린다. 금소법은 금융회사 등의 영업행위 준수사항 마련을 비롯해 손해배상책임 강화, 과징금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금소법, 소비자 보호 핵심…위법 금융사 제재 강화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7년 5월 정부 입법안으로 발의한 금소법은 △금융상품 유형 분류 및 금융회사 등 업종 구분 △금융교육 지원 및 금융교육협의회 설치 △금융분쟁의 조정제도 개선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손해배상책임 강화 △금융소비자의 청약 철회권 및 위법한 계약 해지권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밖에 20대 국회에선 현재 정부안 이외에도 금융소비자보호와 관련한 4개 법안(이종걸·최윤열·박용진·박선숙 의원안)이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특히 이종걸·최운열·박용진·박선숙 안엔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의 위법행위로 금융소비자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할 경우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금소법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정부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문 대통령 임기 첫 해인 2017년 중 금소법을 제정해 동일기능-동일규제 체계도입, 피해구제의 실효성 제고 등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내년 4월 20대 국회 임기만료를 얼마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입법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 상태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법안을 만들자는 논의는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2011년 박선숙 당시 통합민주당 의원의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법률안은 금융소비자의 개념을 정의하고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소비자정책위원회 설치 △금융소비자 분쟁해결과 피해구제를 위한 절차 마련 △금융분쟁관련 집단소송제도와 3배 손해배상책임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게 특징이다. 이듬해 정부가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2건과 2016년 '금융소비자 보호 기본법안(이재영 의원안, 강석훈 의원안),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법률안(이종걸 의원안), '금융소비자보호법안'(정호준 의원안) 등은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당국 수장들 "입법 적극 참여"…연내 법안 통과 여부 관심 금소법이 9년 째 표류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게 입법 의원들과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저축은행 사태, 키코 사태, 동양증권 부실사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게 그 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치등의 내용은 빠질 거라는 전망이 많지만, 금융상품판매업자에 대한 영업행위 준수사항을 마련하고 금융소비자의 피해 발생 시 판매자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하는 내용 등은 어느 정도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들어선 DLF사태가 커지자 국회와 금융당국 수장들도 금소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불합리한 금융관행 등에 따른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금융소비자 보호시스템을 선진화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위해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금소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윤 원장은 지난 8일 금감원을 상대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규제완화를 통해 금융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할 수 있지만 규제완화가 금융산업 발전의 필요조건은 아니다"라면서 "법으로서 필요한 부분은 감독강화가 반드시 뒤따라아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을 대표발의한 최윤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29일 은성수 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금융상품 판매행위의 적합성·적정성,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준수. 부당권유 및 과장광고금지 등 중요한 원칙이 담긴 금소법이 (20대 국회에서) 3~4년 간 잠자고 있다"며 "취임 후 금소법 통과를 위해 (국회와 함께) 노력하자"고 언급하기도 했다. 관건은 여야가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금소법을 처리할 수 있느냐다. 금소법은 지난 8월 14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선 우선심의대상에서 빠지며 논의순서가 뒤로 밀렸고(21~25번째) 결국 법안 심사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때문에 국정감사 후 정무위가 법안소위를 통해 금소법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윤미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성 보장 등의 핵심 내용이 빠졌다는 점은 금소법 입법 과정의 한계"라면서도 "판매자에 대한영업행위 규제 등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측면에서 금소법 제정은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대와 19대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법안이 각각 2건, 7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