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탕감 프로젝트 (2014.09.15. 경기일보)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는 장기 채무자의 채권을 금융회사로부터 매입해 불태워 가혹한 채권 추심에 시달리는 채무자를 해방시켜 주는 사회운동이다.
2008년 월가의 탐욕으로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무시한 ‘묻지마 대출’이 늘어나면서 미국에서 악성 채무자가 늘어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2년 11월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빚 탕감 운동(롤링 주빌리)이다. 당시 시민들에게 7억여원을 모아 부실채권 155억여원을 매입, 모두 불태웠다.
‘롤링 주빌리’는 일정 기간마다 죄나 빚을 탕감해주는 기독교 전통인 ‘희년(禧年ㆍ주빌리)’에서 비롯됐다. 구약성서 레위기 25장에선 이스라엘인들이 50년마다 한번씩 희년을 기념하도록 했다. 희년을 맞으면 노예로 팔렸던 사람들이 노예에서 풀려나고, 조상의 재산을 저당 잡혔던 사람들은 재산을 돌려받았다.
한국판 롤링 주빌리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주관으로 4월 국회 앞에서 4억6천만원의 부실채권을 소각해 119명의 빚을 탕감한 것을 시작으로, 7월에는 사회적 기업인 에듀머니와 희망살림, 민생연대 등 사회단체가 10억원어치 부실채권을 매입해 99명의 부채를 탕감했다. 8월에도 한국복음주의연합 등 종교단체가 1억9천만원의 부실채권을 소각해 50명을 구제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모두 439명이 총 268억원의 빚에서 벗어났다.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성남시도 시동을 걸었다. 성남시는 지난 12일 사단법인 희망살림, 종교단체협의회, 전통시장 상인회 등과 공동으로 빚 탕감 프로젝트 출범식을 가졌다. 시와 시민단체 등은 이날 성남지역 6개 채권매입추심업체에서 기부받은 10년 이상 장기 연체 부실채권 26억원어치를 소각해 171명의 채무자를 구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천40조204억원으로 1년 전보다 6.2%(60조3천840억원)나 늘었다. 1인당 빚이 2천만원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빚 탕감 프로젝트는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되는 장기 연체 부실채권을 없애 가계부채를 줄이고 추심으로 고통받는 시민을 구제하는데 도움이 되고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채무조정 노력없이 무조건 부실채권을 채권매입추심업체에 헐값에 파는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출 처 :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83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