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네트워크 회원들과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앞줄 맨 오른쪽)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부실채권 소각-빚 제로 다시살기 운동 제안 기자회견’을 열어 채권과 압류통지서 등을 소각하는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금융소비자네트워크 회원들과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앞줄 맨 오른쪽)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부실채권 소각-빚 제로 다시살기 운동 제안 기자회견’을 열어 채권과 압류통지서 등을 소각하는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국판 ‘롤링 주빌리’ 운동 첫 성과
119명 장기연체 채무 4억6천 탕감
시장에서 싼 값에 매매되는 장기연체 부실채권을 시민들이 매입해 없애는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운동의 첫 소각이 이뤄졌다. 롤링 주빌리는 미국 금융인들의 탐욕을 고발한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 주도자들이 2012년 11월부터 벌이고 있는 시민에 의한 빚탕감 운동으로, 한국에서는 지난 3일 처음 시작됐다.(<한겨레> 3일치 17면 참조)

 

 금융소비자네트워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인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은 10년 이상 된 장기연체 채권 4억6700여만원어치를 매입했으며 채무자에게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총 119명의 166건에 얽힌 채권들로, 2003년 카드 사태 때 시작된 카드 연체 채권이 다수였다. 한 대부업체에서 매입해왔는데, 채권자가 누구인지와 상관 없이 ‘랜덤’으로 사왔다.

 

 앞서 금융소비자네트워크는 ‘한국판 롤링 주빌리’ 운동을 시작하며 시민들의 모금을 받았다. ‘주빌리’는 특정 기념주기를 일컫는 말로, 일정 기간마다 죄나 부채를 탕감해주는 기독교적 전통에서 유래했다. 시민단체가 모금액 등을 통해 채권 4억6700여만원어치를 매입해오는데 총 1300여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채권 100만원당 3만원꼴로, 채권 원금의 3%가량을 매입 비용으로 쓴 셈이다.

 

 실제 부실채권 시장에서 무담보 장기연체 채권은 평균 3%대에 유통되고 있다. 각종 금융회사에서 신용정보기관, 대부업체 등을 다단계로 거치며 원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매각되고 있다. 그사이 수익을 남기기 위한 무리한 채권 추심이 이뤄지며, 채무자가 빚을 갚으려 해도 본인 채권의 유통 상태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빚을 탕감받은 119명의 당사자들은 이달 안에 채권 소각 통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네트워크는 추가 모금과 매입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회 정무위 이학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채권이 팔릴 때 신고하게 하고 전산 시스템에 기록을 남겨두는 ‘채권이력제’ 도입을 금융위원회에 제안하는 등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