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파타운동, 4억 넘는 채권 1300만원에 사 불태운다 (2014.04.14. 참세상) 이인영 의원-금융소비자네트워크, 빚 제로 다시살기운동 제안 대부업체로부터 10년 이상 장기 연체된 채권 119명분 166건이 14일 오전 금융감독원 앞에서 불에 탔다. 일명 부실채권소각운동. 이 채권들의 잔여 원금은 4억6천7백여만 원이었다. 시민단체들이 시민 모금을 통해 이 값어치의 채권을 사들이는데 든 비용은 1천3백여만 원. 채권 1백만 원 당 평균 3%인 3만 원만 있으면 119명의 암울한 삶에 희망을 줄 수 있었다. 대부분 채권은 IMF 외환위기 직후 빚을 내고 못 갚게 된 경우로, 오랜 세월동안 여러 기관과 대부업체를 거치면서 추심을 받아왔다. 놀라운 사실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 서민 정책이라던 국민행복기금도 이렇게 싸게 사들일 수 있는 부실채권을 가지고 지속적인 추심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잔혹한 악성 부실채권 시장의 부도덕성을 고발하고, 채무자들의 다시 살기를 돕는 채무조정 기구 설립을 위한 한국판 ‘롤링 주빌리 운동’-빚제로 다시살기 캠페인이 부실채권소각 등을 통한 부채타파 운동으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14일 오전 이인영 의원과 금융소비자네트워크는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한국판 ‘롤링 주빌리 운동’ 기자회견을 연 후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앞으로 이동해 4억6천7백여만 원의 부실채권 소각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는 일정 기간마다 죄를 사하거나 부채를 탕감해주는 기독교적 전통에서 유래된 말이다. 미국 사회운동인 ‘월스트리트 점거운동(Occupy Wall Street)’은 2012년 11월부터 성금을 모아 채권을 사들인 뒤 무상 소각하는 ‘롤링 주빌리’라는 빚탕감 운동을 벌인바 있다. OWS는 2014년 3월 현재, 시민들로부터 67만7552달러(약 7억1481만 원)를 모아 부실채권 1473만4569달러(약 155억4497만 원)어치를 매입해 파기했다.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인영 의원은 “부채타파 운동의 전개관점은 사람을 위한 것이며 부실채권을 둘러싼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있다”며 “상대적 약자인 채무자보다는 채권자 보호 중심의 제도와 관행에 문제가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의원은 “통상 금융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인데도 소멸시효를 연장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가 인정되고 있다”며 “채권 소멸시효 중단규정을 금융기간과 개인관계에서는 엄격하게 하고, 채권매매 횟수 제한, 채무자에 대한 통보 등의 규제가 필요하며, 채무상황이나 빚 독촉이 채무자의 인권침해와 생명을 앗아가는 반문명적인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사람은 죽어도 채권은 죽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끝까지 추심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빚 때문에 자식을 끌어안고 자살하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첫 행동으로 부실 채권을 사서 소각하는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국민행복기금이 정부에서 세금을 투입해 오래 연체된 채무자의 빚을 대신 갚아준다고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국민행복기금 역시 100만 원짜리 채권을 3만4천 원에 사들여 50만 원은 면책해주고, 나머지 50만 원을 10년에 걸쳐 나눠 내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채무자들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제윤경 대표는 “‘빚제로 다시살기 운동’은 헐값에 거래되는 채권을 시민모금으로 매입한 후 시민연대 의식으로 빚을 탕감해줄 계획”이라며 “부실채권시장이 채무자를 살리는 방향이 아니라 싸게 산 채권의 원금을 받아내겠다는 잔인한 빚 독촉 현실 고발의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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